From hongseok.com

BookReview: 오래된미래

< 박사가 사랑한 수식 | BookReview | 소피의 세계 >

인터넷에서 책을 몇 권 사려고 고르는 중에 우연히 ‘라다크’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학교 다닐 때 학생 운동하는 누군가가 ‘라다크’에 대해서 언급했던 게 떠올랐다. 당시에는 거의 관심도 없고 그 이후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선뜻 주문했다. 책은 값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런 제본소에서 단 한 권 제본해서 나오는 품질보다 하나도 나을게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인도북부의 라다크라는 지방에서 16년을 지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라는 스웨덴의 언어학자가 관찰한 한 전통마을이 현대문명과 부딪히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이 책은, 내 기대와는 좀 다르게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책의 제목이나 그 목차에서 이미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는 냄새가 팍팍 풍겼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해서 어절 수 없이 읽는다는, 책을 산 돈에 대한 의무감을 배신할 수 없었다.

과거에 ‘라다크’를 학생들에게 말하던 사람도 학생운동가였고, 책의 서문도 그런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몇 백 페이지에 대해 걱정이 앞섰다 – 다른 이유보다도 내가 기대하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향일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더욱 그랬다. 본격적인 저자의 경험담이 쏟아지자마자, 그런 걱정들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어느새 책은 마지막 페이지만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저자에게 한 인도인 여자가 했던 얘기는, 소위 전통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 태도의 핵심이었다.

‘그들이 바퀴 달린 쟁반을 원한다면 왜 그걸 가져선 안 되죠? 당신은 부탄이 소비재 수입을 금지하길 원할 거예요. 그것들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마술적인 세계에 대한 당신의 별난 환상을 망쳐버릴 테니까요. 말하고 보니 수많은 환경론자들이 인도에 와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떠드는 것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인도인들도 원한다면 차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모든 미국인들은 차를 갖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군요. 생각해 봐요. 당신의 마음속에서 부탄은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으로도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부탄이 진정 무엇인지는 부탄 사람들만이 알고 있어요.’

그러나 이 책은 나의 그 태도 역시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한 지역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했던 그들의 방식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고, 따라서 그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지 존중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현대사회가 말하는 발전이 진정한 발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Retrieved from http://hongseok.com/index.php?n=BookReview.%ec%98%a4%eb%9e%98%eb%90%9c%eb%af%b8%eb%9e%98
Page last modified on January 08, 2009, at 02:41 PM EST